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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단계 Ⅰ (사춘기 여자아이) 2026-06-04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단계Ⅰ(사춘기 여자아이)

- 부모, 아이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다 -

 

바우처사업 미술치료사 이지영

  

[ 아이의 하루 ]

10대는 불편한 감정을 부모에게 쏟아붓는 방식으로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불평을 일삼더라도 그리 놀라지 마시길. 딸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불평을 즐겁게 들어주는 부모는 없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구시렁대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참아내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엄마에게 불평거리를 다 쏟아낸 아이들은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들과 선생님,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에 적응하지 시작한다. 그때도 물론 불만이 있겠지만 10대가 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불평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극한까지 치고 올라오는 시점이 되면 옛날에는 단순히 귀찮았던 반 친구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10대가 되면 어렸을 때보다 어른들을 훨씬 더 못 참아한다. 어른들을 꿰뜷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충동을 느끼면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 일을 저지르고 만다. 상대를 때리거나, 밀거나, 욕을 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10대도 (다수의 성인도) 같은 충동을 느끼지만 의지력을 총동원해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하루를 보낼 뿐이다.

 

[ 아이의 짜증, 받아줄까 야단칠까? ]

바로 여기에서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디. 우리 딸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고 싶은 충동을 참는다. 집에 와서 부모를 만날 때까지 꾹 참아낸다. 온종일 학교에서 잘 참았으면 참은 김에 좀 더 참아서 부모와도 즐겁게 지내면 좋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의지력이란 무한정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연구진들은 대학생들에게 ‘맛 인지에 대한 연구’라고 주제를 둘러대며 참여해 줄 것은 부탁했다. 피험자들은 방 안에 들어간다. 탁자 위에 접시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한 접시 위에는 갓 구운 초콜릿 쿠키가 놓여 있고 방 안에는 고소한 쿠키 냄새가 진동한다. 다른 접시 위에는 무가 놓여 있다. 피험자 중 절반에게는 쿠키를 먹으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쿠키는 절대 먹지 말고 무만 먹으라고 한다. 취식이 끝나면 연구진들은 피험자들에게 15분 정도 방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이렇게 피험자들이 기다리는 동안 연구진들은 이들에게 다른 연구도 잠시 도와 달라고 하며 풀리지 않는 문제를 주고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지를 살펴보았다. 쿠키를 먹은 사람들은 무를 먹은 사람들보다 두 배는 더 오랫동안 문제 풀이에 매달렸다. 다시 말해서 무를 먹은 사람들은 쿠키를 먹은 사람보다 휠씬 빨리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쿠키를 먹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는 데 많은 의지를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10대에게 학교는 무가 담겨 있는 접시와 같다. 학교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나면 짜증을 감내할 힘이 더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온종일 겪었던 엄청난 좌절과 짜증을 쏟아낼 기회를 포착한 딸들은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다 쏟아내고 그 덕분에 자기는 기분이 후련해진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직장동료나 상사에 대해 구시렁대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걸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10대도 다르지 않다. 부모를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던져버리는 쓰레기통으로 삼은 딸은 등교 준비를 산뜻하게 마치고 모범생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가 쏟아낼 화려한 불만들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딸이 불평을 늘어놓거든 조용히 들어주자. 들으면서 지금 나는 딸이 그날의 스트레스를 쏟아낼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자. 많은 부모가 딸의 불평을 들으면서 조언을 하거나 딸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겠지만 딸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당신이 제시한 해결책을 아이가 계속 거부하는 걸 이미 경험해보았을 수도 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불평을 쏟아내는 것과 비워내는 것의 차이를 알려주기를 바란다. 불평불만은 ‘해결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반면, 비워내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10대의 불평 대부분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바꿔줄 수 있나? 과제도 바꿔줄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은 줄이고 비워내기에 집중하게 하자.

 

 

 

<참고문헌> 리사 다무르(2016), 여자아이의 사춘기는 다르다,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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